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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어드벤처 영화 [그웬돌린]

by flexwave 2021. 12. 6.

에로틱한 어드벤처 영화 [그웬돌린]

11,439 읽음2014.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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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잭킨 감독은 [엠마뉴엘], [끌로드 부인], [차타레 부인의 사랑]등 주로 ‘부인’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화면에 담았던 감독이다. 70년대 에로영화의 음유시인이었던 저스트 잭킨 감독이 어드벤처 영화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바로 오늘의 괴작 [그웬돌린](1984)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기념비적인 SM 만화 ‘스위트 그웬돌린(Sweet Gwendoline)’이었다. 모험을 떠난 여주인공 그웬돌린이 위기에 처해서 납치당하고, 묶이고, 극적으로 구출된 뒤 다시 납치당해서 묶이는 식의 대책 없는 내용인데, ‘그쪽’ 취향을 가진 분들이 두고두고 회자하는 고전이기도 하다. 이 만화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저스트 잭킨 감독이 하나의 B급 세계관을 구축하여 만든 영화가 [그웬돌린]이다.
 
미모의 여인 그웬돌린은 역시 미모의 하녀 베스와 함께 나비 수집가인 아버지를 위해 세계를 여행 중이다. 상하이로 밀항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단에 붙잡히지만, 모험가 윌라드(역시 미남)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웬돌린과 베스의 설득으로 윌라드는 모험에 합류한다. 그들은 식인종에게 붙잡히거나, 여자들만 사는 기묘한 지하부족과 격투를 벌이는 등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이어간다.
저스트 잭킨 감독의 작품인 만큼 에로틱한 장면이 많다. 정글을 탐험하던 중 비가 내리면, 셔츠로 식수를 모아야 한다는 윌라드의 요청에 두 미녀가 아무런 의심 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준다. 우연히 찾아가게 된 지하 세계에는 여자들로만 구성된 부족이 있는데, 웬일인지 모두 반나체로 뛰어다닌다. 조금 전까지 죽기 살기로 전투를 벌였지만, 실수로 드러난 윌라드의 성기를 보고 흥분한 여전사들이 창을 내던지고 그에게 달려드는 식이다.

주인공들은 미국 배우들이지만 조연들은 프랑스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더빙처리 한 장면들은 입술과 목소리의 싱크가 심하게 맞지 않는다. 도입부의 배경이 되는 상하이 세트는 중국도 일본도 베트남도 아닌 이상한 테마파크 같고, 강에서 주인공들을 덮치는 악어는 봉제인형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유행처럼 만들어지던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1984)이나 [구니스](1995)같은 어드벤처 대작들과는 만듦새의 차이가 컸다.
 
 
그러나 벨기에의 판타지 만화가 프랑수와 스퀴텐이 도운 영화 후반부의 비주얼은 재미요소가 많다. 만화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훗날 [황금 나침반]이나 [미스터 노바디]등의 영화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여전사들은 T팬티와 최소의 바디아머만 걸치고 나오는데, 이렇게 전혀 전투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복장은 이후 SF 영화나 RPG 게임의 여성 캐릭터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인테리어와 건축을 전공한 감독의 이력이 빛나는 지하 세계의 세트장 역시 이상성욕과 설치미술이 버무려진 야릇한 비주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공포영화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야하고 어이없는 영화로 더위 이기시는 것도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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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