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독일과 홍콩 합작으로 만들어진 <쇼킹아시아>는 오로지 자극적인 소재로 열거하기에 바쁜 작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어딘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야만적인 이들을 보라.”고 전시할 뿐이다. 그 문화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눈요기를 위해서 힌두교의 장례의식, 일본의 정력 요리, 동남아의 트랜스젠더 등을 철저히 구경거리로만 전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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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소인증 장애인들의 프로레슬링은 서유럽이 원조인 ‘프릭 쇼’를 닮아있고, 일본의 성기 축제는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남근숭배 중의 한 갈래일 뿐이다. 일본의 전통 문신인 ‘이레즈미’ 역시, 세계 각지의 문신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뭔가 문화적인 발자취를 남길 욕심이 있었는지, “그렇다, 이것도 인류의 일부이고 우리는 받아들여야만 한다.”라는 공허한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를 끝맺는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는 지구본이 돌고 있다.
1974년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 20여 년이 지나 1997년에 개봉했다. 아시아를 철저히 야만의 공간으로 그려놓은 것에 대해 공분이 있었으나, 당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타고 유행한 ‘엽기’라는 키워드와 함께, <쇼킹 아시아>는 우리나라에서 제법 잘 팔려나갔다. 여러 가지 엽기적인 장면 중에서도 성전환 수술장면이 나온다는 내용이 특히 많은 사람을 자극했다. 극장을 뛰쳐나왔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 보다가 졸도한 사람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극장은 더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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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쇼킹 아시아’지만,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이 영화를, 우리는 어쩌면 오만한 서양인의 시선으로 관전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당시 철저하게 표백된, ‘서구 문명화’된 한국 사회의 관객들에게 “우리는 저것보다는 낫겠지.”하는 얄팍한 자긍심을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불쾌한 영화다.
글쓴이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