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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다음영화 - 괴작익스프레스&임정원

욕망이 만들어낸 초월자, 늑대인간

by flexwave 2021. 12. 6.

욕망이 만들어낸 초월자, 늑대인간

1,533 읽음2014.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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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곰처럼 힘이 세지 않았고, 독수리처럼 먼 곳을 보지 못했다. 칭기즈칸이나 인디언이 스스로 기원을 늑대에서 찾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함과 동시에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었다. 고대의 부족들은 전투를 벌이기 전에 용맹함을 과시하거나 자기 최면을 거는 방법의 하나로 샤먼의 힘을 빌려 자신이 늑대와 같다고 믿는 의식을 벌이곤 했다. 이 외에도 그리스 신화나 슬라브족 관련된 설화에 늑대인간(Werewolf)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주술적인 측면을 이미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은 기독교가 유럽사회를 지배하던 중세에 접어들면서 미움의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마녀재판’만큼이나 ‘늑대인간 처형’에 대한 기록이 자주 발견된다. 악마의 행위로 치부되는 토테미즘이나 샤머니즘의 전통에 따라 늑대인간은 늑대 털을 뒤집어쓰거나, 비밀스러운 약을 몸에 바름으로써 늑대로 변신한다고 믿었다. 이런 자발적인 변신 이외에 저주 때문에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신한다거나 늑대에게 물린 후 서서히 늑대로 변한다는 식의 소설들이 만들어졌다. 이 악마는 순수함의 상징인 ‘은’으로 퇴치할 수 있었다. 숭배의 대상이던 늑대인간은 이제 악마의 한 전형이 된다.
1913년에 단편소설 『The Werewolves』를 기반으로 최초의 늑대인간 영화 < The Werewolf >이 제작되었지만 모두 유실되었다. 이외 프랑스 무성영화 < Le Loup Garou (1923) >도 늑대인간에 대한 영화였다. 다음은 1935년 스튜어트 워크 감독의 <런던의 늑대인간>이었다. 분장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요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늑대인간보다는 많이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늑대인간이 본격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은 클로드 레인즈 주연의 <울프맨>(1941)이다. 이 영화는 괴수영화로서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오버랩 방식을 통하여 주인공이 서서히 늑대인간으로 변형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이 기법은 이후 오랫동안 늑대인간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사용되었다.
 
이때부터 할리우드는 드라큘라, 미라,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늑대인간에 대한 영화를 양산하기 시작한다. 마블의 영웅들이 빅 스크린과 스몰 스크린을 오가며 프랜차이즈형 영화를 양산하는 요즘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을 만나다>(1943), <프랑켄슈타인의 집>(1944), <드라큐라의 집>(1945) 등에서 늑대인간은 별 생각 없이 다른 괴물들과 싸우거나 협력한다. 이렇게 다른 괴물들의 친구나 적으로 등장하는 전통은 근작들인 <언더월드>, <트와일라잇>, <반 헬싱> 에서도 계속된다.
 
 
 
 
 
 
이런 미국 영화의 파급력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늑대인간들이 재생산된다. < I Was a Teenage Werewolf >(1957) 는 방황하는 십대가 늑대인간이 된다는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늑대인간의 저주>(1961)에서의 늑대인간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계급화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워싱턴의 늑대인간>(1973) 은 정치의 탐욕스러운 면을 늑대인간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등에서 늑대인간 영화 붐이 일어났다. 대부분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던 늑대인간 영화들은, 그럼에도 조금씩 특수분장 기술이 발전시킨다.
 
 
 
늑대인간 특수분장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은 <런던의 늑대인간>이다. 1981년 개봉한 이 영화는 늑대인간 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오버랩으로 처리하던 기존 영화에서의 변신장면을 구체적인 신체변형으로 표현하였다. 이 영화를 만든 후 존 랜디스 감독은 마이클 잭슨에게 러브콜을 받고 ‘Thriller’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다.
 
<하울링>(1980) 역시 뛰어난 변신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늑대인간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든 수작이다. 이때까지의 늑대인간이 주로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몬스터였다면, <하울링>의 늑대인간은 사람을 서서히 옥죄어 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늑대인간을 스릴러적인 캐릭터로 완성한 작품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악마의 분신>이다. 휠체어 소년이 사실은 늑대인간인 목사와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마을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목사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장애 소년의 심리전이 일품이다. 
 
 
일상에서의 늑대인간을 흥미롭게 다룬 영화로는 <울프>(1994)가 있다. 이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직 직전에 내몰린 중년의 편집장이 늑대인간화 되면서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잭 니콜슨이 아니면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늑대인간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꼭 봐야 할 영화는 <진저 스냅>이다. 2000년부터 제작되어 두 개의 속편이 더 제작된 이 영화는 공포영화 팬들 사이에서 숨겨진 명작으로 꼽힌다. 소녀의 성장기와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를 접목함으로써, 아웃사이더로서의 청춘, 성장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포를 잘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된다. 소녀와 늑대인간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은 <레드 라이딩 후드>(2011)에서도 이어진다.
 
 
<울프맨:비스트헌터>(2012), <늑대인간>(2011), <울프맨>(2010)등 최근까지도 늑대인간에 관련한 영화들은 끊이지 않고 제작되고 있다. 늑대인간은 인간이 인간을 초월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주로 단순한 괴물로 묘사되며 오랜 기간 퇴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변신’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사회적 혹은 성적인 의미가 추가되고, 점점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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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