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글/다음영화 - 괴작익스프레스&임정원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과격한 젊은이들의 기록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

by flexwave 2021. 12. 6.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과격한 젊은이들의 기록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

243 읽음2014. 05. 30.
댓글0
번역 설정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과격한 젊은이들의 기록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
무라카미 하루키는 1960년대를 ‘뱃멀미의 시대’라고 했다. 2차 세계 대전의 악몽이 슬슬 씻겨 나가고 있었지만, 사회의 상층부는 여전히 군국주의의 요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당대의 고민을 투쟁으로 해갈하고자 했다. 괴작 익스프레스, 오늘의 영화는 일본의 극좌 투쟁단체를 담은 다큐멘터리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이다.

1960년대 일본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젊은 투쟁 단체 중에 가장 격렬했던 단체로 적군파가 있다. 1969년 무장 투쟁을 통한 혁명을 목표로 ‘봉기관철, 전쟁승리’라는 무시무시한 슬로건을 내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다. 항공기를 공중납치하여 북한에 망명했던 ‘요도호 납치사건’을 일으켰고, 혁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강도를 일삼았다.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적군파의 요도호 납치사건 영상이 나온다. 배경음악으로는 웅장한 인터내셔널가가 울려 퍼진다.
실험적인 핑크 무비를 찍는 영화감독 와카마츠 코지는 당시 좌파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고, 적군파에도 친구가 많았다. 1971년경, 적군파는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과 합류해서 ‘일본 적군’이라는 해외 단체를 결성한다. 그들은 해외에서 일본의 무장혁명을 지원하며, 일본을 세계 공산주의 혁명의 총 본산으로 만들고, 전 세계에 혁명전쟁을 일으킨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와카마츠 코지는 동료 감독 아다치 마사오와 칸느 영화제에 다녀오던 중 팔레스타인에 머물며 게릴라 전쟁을 준비하던 적군파를 밀착 취재한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게릴라와 일본적군의 일상을 기록한 영상을 토대로 국제 혁명전쟁에 관한 선동 영상을 제작하게 된다. 이것이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이라는 영화다.
팔레스타인에서 투쟁은 일상이었다. 이 영화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투쟁에 나서는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을 가까이서 담아냈다.
좌익 게릴라답게 사상학습과 무장훈련을 병행한다. 모주석어록(모택동 어록)을 읽는 게릴라 대원들. 당시만 해도 모택동주의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좌파의 사상이었다.
젊은이들의 숭고한 혁명정신을 다룬 의미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사실 굉장히 지루하다.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메시지가 강조된 탓에 지속해서 화면에 등장하는 자막에 대한 피로감이 심하다. 동의하지 않은 선전은 때론 폭력이 될 수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공감을 이끌어 낼 만큼 동등한 눈높이에 있지 않다면 촌극이 된다. 적군파는 처음엔 그렇게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적군과 연합적군으로 분화되면서 이들은 동료를 살해하고 무차별 테러를 일으켰다. 결국 민중은 그들에게 등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에도 이들은 극좌주의적 오류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고 있다.
적군파의 선전 영상. 집회 중에 찍은 영상들이다.
[적군 – PFLP 세계전쟁선언]은 실체 없는 희망에 도취하여있던 일본적군 멤버들의 의지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 신좌파들은 환호했지만, 이 시기를 전후하여 일반인들은 이들을 별세계 사람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가 지나면서 일본은 안정에 접어들었고, 혁명은커녕 굳건한 자본주의 대국으로 발전했다.
영화 말미에는 시게노부 후사코의 인터뷰도 나온다. 이 여성은 적군파 중앙위원이었다가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일본적군을 결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리고 2000년도 일본에서 검거되었다. 2001년 옥중에서 일본적군 해체를 선언했고, 현재는 하치오지의 교도소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20년 형기를 채우고 있다.
분명 일본적군이 특별히 악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들의 순진함이 잘못된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intersecti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글쓴이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