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글/다음영화 - 괴작익스프레스&임정원

숀 코너리의 흑역사 [자도즈]

by flexwave 2021. 12. 6.

숀 코너리의 흑역사 [자도즈]

2,083 읽음2014. 04. 22.
댓글0
번역 설정
숀 코너리의 흑역사 [자도즈]

[자도즈]의 숀 코너리. 역사상 최악의 코스튬으로 뽑히곤 한다.

맙소사. 우리들의 숀 코너리 경(Sir Sean Connery)이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나오는 이 영화는 1973년 작 [자도즈]다. 숀 코너리가 뭣 모를 때 속아서 찍은 작품도 아니다. 초대 007을 맡은 후, 7탄인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71)까지 섹시한 영국신사의 모든 것을 보여줬던 그였다.

얼마나 대단한 영화길래, 작위까지 받은 대 배우에게 비키니(?)를 입혔을까?
 
 
 
 
 
 
이야기는 이렇다. 2293년. 문명이 파괴된 지구엔 야만인들이 살고 있고 공중에서 날아오는 석상 머리 ‘자도즈’를 신처럼 숭배하면서 산다. 자도즈는 야만인들에게 말씀을 전하는데 내용이 해괴하다. “총은 좋은 것이다. 남근은 나쁘다. 남근이 생명을 만들어 지구를 오염시키지 못하게, 총으로 죽여라.” 그러나 야만인 제드(숀 코너리)는 우연한 기회에, 자도즈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 조종하는 비행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그들은 보텍스라는 지상낙원을 만들어놓고 자기들끼리만 영생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영생을 얻었지만, 정작 그 영생 때문에 권태에 빠져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도즈. 사실은 신이 아니고, 인간이 조종하는 비행체다.

영화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함께, 원시 공산사회와 계급투쟁에 대한 주제의식이 뒤엉켜 있다. 자도즈라는 이름은 원래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따온 것이고, 이들이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배제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영생을 누리는 방식은 도가의 철학을 빌린 부분이 많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인 텍스트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 결코 쉬운 영화는 아니다.

결국 [자도즈]는 인간의 본성을 저버리고 권태로운 영생을 누릴지, 인간 그대로의 탐욕과 고통 속에 발버둥 치다가 죽음이라는 참된 안식을 받아들일지 묻는다. 인간의 탐욕을 비난하면서도 탐욕 그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설정은 어떤 철학서보다 날이 서 있다.

당시 유행하던 싸이키델릭한 장면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장대한 주제의식의 SF영화치고는 비주얼이 너무 형편없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스튜디오와 산간지방을 오가며 촬영했다는 이 영화는 수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울이나 크리스털을 이용해 당시 유행하던 사이키델릭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긴 했으나 그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미 스탠리 큐브릭이 천의무봉한 비주얼로 인간존재에 대한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를 발표한 지 5년이 훌쩍 넘은 시점이어서, 촬영 기술에 대한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NBC의 코미디 [Community]의 [자도즈] 패러디

무엇보다 숀 코너리의 망측한 차림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각종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잊을만하면 패러디되는 위험한 코스튬이다. 존 부어만 감독의 철학적 유희를 이해할 수 없더라도, 불혹을 넘긴 나이에 빨간 팬티와 롱부츠를 신고 뛰어다니는 숀 코너리를 보는 것만으로 이미 즐거운 영화, [자도즈]다.
 
저작권자 ⓒintersecti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글쓴이 임정원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