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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의 막장 인형극 [피블스를 만나요]

by flexwave 2021. 12. 6.

피터 잭슨 감독의 막장 인형극 [피블스를 만나요]

559 읽음2014.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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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킹콩]과 같이, 인류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비주얼의 한계를 한 단계 진화시킨 우리 시대의 명장이다. 한편으로는 [고무인간의 최후], [데드 얼라이브]와 같은 B급 걸작들로 컬트팬들을 거느린 감독이기도 하다. 오늘의 괴작은 피터 잭슨이 만든 성인 인형극 [피블스를 만나요]이다.
 
‘피블스쇼’는 인형들로 이루어진 세계의 극장 코미디쇼이다. 쇼의 주연배우인 하이디(하마)는 프로듀서인 블레치(바다 코끼리)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믿고 있으나, 블레치는 이미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데다가 폭식증에 시달리는 하이디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지 오래다. 사실 블레치는 신인인 사만다(고양이)에게 성상납을 받고 있는 파렴치한이다.
이외에도 극장의 모든 구성원이 갖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쇼의 사회자인 여우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려고 고민 중이고, 주연급 배우 해리(토끼)는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밝혀버리겠다는 기자(파리)의 협박에 골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칼 던지기의 명수 윈야드(개구리)는 베트남전의 트라우마로 마약에 빠져 폐인이 되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루씰(푸들)과 로버트(고슴도치)만이 순수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마저도 트래버(쥐)가 약을 탄 샴페인을 루씰에게 먹이고 강간하면서 파국을 맞는다. 가장 무시무시한 점은 극장 아래에 스너프 필름을 찍는 비밀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블레치의 배신을 알게 된 후, 격노한 하이디가 극장에 나타나 기관총을 난사하며 단원들을 학살한다.
이런 지옥이 또 있을까? 원래 인형극이라는 것은 아동들에게 리더십과 감성지능을 발달시킬 목적으로 활용되곤 한다. 인형이라는 친숙한 캐릭터가 들려주는 교훈적인 내용은 선한 의지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길잡이가 된다. 그러나 [피블스를 만나요]의 인형들에게는 당최 배울만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인형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강간하며, 죽인다. 인형으로 대체되었다고 해서, 표현이 부드러워진 것도 아니다. 대사는 온갖 비속어로 가득 채워져 있고, 사지가 절단되는 잔인한 장면도 많다. 피가 난무하는 감독의 다른 작품들, 그러니까 [고무인간의 최후]나 [데드 얼라이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면은 온통 피칠갑이다. 정사씬 또한 놀랍도록 야하다. 인간으로 표현했으면 하드코어 포르노에 버금가는 수준이랄까.
연예계의 더러운 소식만을 찾아다니는 부패한 기자 캐릭터를 파리로 설정하는 식으로, [피블스를 만나요]의 캐릭터와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1대 1로 대입시킨다. 마약, 에이즈, 총기난사, 연예계의 검은 거래, 스터프 필름 등, 어떤 사회고발 프로그램보다 많은 수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우리가 사는 지옥도다. 어쩌면 [피블스를 만나요]는 어린이들에게 이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유일한 인형극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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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
 
 
 
 
 
20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