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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글/다음영화 - 괴작익스프레스&임정원

[괴작 익스프레스] 쏘고, 부수고, 키스한다. :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by flexwave 2021. 12. 6.
[괴작 익스프레스] 쏘고, 부수고, 키스한다. :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액션영화는 재미라는 가치에 철저한 장르다. 특히 80년대의 액션영화들은 이야기의 개연성과는 상관없이 시원하게 쏘고, 부수고, 키스했다. 그런 영화 중에서도 가장 기괴한 영화가 있었다. ‘괴작 익스프레스’ 오늘의 영화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다.
별 고민 없이 진행되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가수 엘렌 에임은 공연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바이크 갱의 두목 레이븐에게 납치당한다. 전직 군인이었던 엘렌 에임의 전 남자친구 톰 코디는 이 소식을 듣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톰은 엘렌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동안 동료들을 만나고, 레이븐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폭주족들이 엘렌을 납치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역시 등장인물들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에도 이렇다 할 이유가 없다. 주인공인 팀 코디가 친구의 바에 갔다가, 운전병 출신의 여군과 콤비가 되는 식이다. 톰은 많고 많은 총 중에서 하필 윈체스트 샷건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데, 샷건으로 저격수 뺨치는 수준의 정밀사격을 선보인다. 그러다가 헤머를 들고 싸우기도 하는데, 결국은 무기를 다 버리고 주먹으로 맞붙는다. 점점 무기가 다운그레이드 되어가는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우연히 나타나는 동료들과 필요할 때 택시처럼 나타나는 버스. 모든 이야기가 우연으로 진행된다.
시공간도 종잡을 수 없다. 록 밴드의 음악은 전부 80년대풍이지만, 거리엔 50년대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건물에는 80년대식 네온사인이 번쩍이는데, 불량배들은 모두 50~60년대식 리젠트 머리를 하고 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처음부터 끝까지 시대적 아이콘들을 이리저리 섞어 놓은 이 영화는 하나의 초 현실이 되어버렸다.
네온불빛 가득한 거리에 80년대 패션과 50년대 자동차가 뒤엉켜있는 초 현실적인 거리
이 기괴한 설정으로 인해 평론가들은 혹평을 쏟아냈고 흥행에도 참패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의외의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 영화의 마초적이고 낭만적인 대사는 사실, 서양식 무법자라기보다 동양식 낭인에 가까웠다. 미국식 50년대와 80년대가 뒤엉킨 설정은 아시아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기를 버리고 주먹 대 주먹으로 싸우는 클라이맥스는 무협영화의 미덕과 닮아있었다.

일본의 80년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커다란 모티브를 제공한다. 게임 [파이널 파이트]는 이 영화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주인공 이름부터가 “코디”이고, 오토바이로 여주인공을 납치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초반부 그대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버블검 크라이시스]의 1편 도입부 역시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의 오마주로 유명하다. 영화는 이런 현상을 꾸준히 양산하면서 서양의 오타쿠들에게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영화의 카피 라이트는 ‘로큰롤 우화’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랫말처럼, ‘어디든지 빠르게(Nowhere Fast)’ 내달리는 이 영화의 영향력은 여전히 서브 컬쳐의 어딘가에서 빠르게 약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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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