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글/다음영화 - 괴작익스프레스&임정원

역대급으로 망한 영화 [인천]

by flexwave 2021. 12. 6.

역대급으로 망한 영화 [인천]

2,138 읽음2015. 03. 12.
댓글0
번역 설정
전쟁영화를 참 많이 만드는 할리우드에서도 한국전쟁은 소재로 사용된 적이 많지 않다. 드물게 인천 상륙작전을 다룬 영화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인천>(1981)이다. <인천>은 지금으로 따지면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블록버스터였다. 영화는 한국군의 분투와 든든한 동맹국이자 자유의 수호자인 미국의 영웅적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연인과 가족을 뒤로하고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한 미국 군인들이 등장하고, 타국의 고아들을 보호하고자 피난민 대열에 몸을 던진 미국 숙녀가 이야기를 이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UN 연합군은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자유대한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보통의 반공영화와 다를 바 없다.
일단 감독은 007시리즈로 유명했던 테렌스 영이 맡았다. 주연인 맥아더 장군 역할은 할리우드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맡았다. 한국인 배우 중에는 중후한 중년으로 인기가 많았던 남궁원 씨가 출연했고, 당시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미후네 토시로도 등장한다. 각본은 <프렌치 커넥션>을 썼던 로빈 무어가 썼고, 음악은 영화음악계의 거장 중의 거장 제리 골드스미스다.
 
 
 
 
 
이렇게 엄청난 인재들을 모아 만든 영화는 황당하게도 그동안 ‘할리우드 대표 망작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뽑혀왔다. 매해 세계에서 가장 못 만든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인천>은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각본상을 받았고, 최악의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통일교에서 제작비를 지원한 작품으로 유명한데, 제작 과정에서 교단의 간섭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맥아더 장군이 신의 계시를 받고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설정을 비롯해 영화 전반에 걸쳐 제작자의 요청이 많았다. 참고로 크레딧에는 문선명 목사는 총괄제작자(executive producer)와 특별자문(Special Advisor)으로 표기되어있다.
현장에서 통역이 스탭과 배우, 제작사 사이를 뛰어다니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영화는 말 그대로 산으로 갔다. 북한군은 앞뒤 없는 살인마로 묘사되고 있고, 한국군의 최대 실책인 한강대교 폭파는 북한군이 주도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전쟁영화의 생명인 고증도 엉망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인천 상륙 장면에서 시대 배경과는 상관없는 80년대 해병대식 위장이 등장하는 식이다. 특히 이 장면은 조감독이 배를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고, 그 때문에 추가비용만 200만 달러가 더 들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4천6백만 달러를 들여 찍은 전쟁 블록버스터 <인천>의 흥행수입은 190만 달러에 그쳤다. 현장의 방만한 운영으로 봤을 때, 제작비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도 많다. 미티 녹스, 재믈린 비셋, 벤 가자라, 데이빗 잰슨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은 이후 인터뷰에서 <인천>을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정말 제대로 망한 영화였던 것이다.
 
이미지=영화 <인천>(1981), IMDB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글쓴이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