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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즈니스의 거대한 사기극 [그레이트 로큰롤 스윈들]

by flexwave 2021. 12. 6.

 

뮤직 비즈니스의 거대한 사기극 [그레이트 로큰롤 스윈들]

250 읽음2014.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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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즈니스의 거대한 사기극 [그레이트 록 앤 롤 스윈들]
197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펑크(Punk)는 하류 지향적이고 때로는 바보 같은 안티 히어로들이었다. 그들은 팝스타 중심의 음악 산업 시스템을 박살 낼 기대주였다. 이 펑크 무브먼트를 전 세계에 전염시킨 가장 대표적인 밴드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다. 1975년에 결성되어 3년 정도 활동했고,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록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한 밴드다. 이들은 사회 전반을 공격하는 노래를 썼다. 그리고 단순한 인기 밴드가 아니라, 젊은이의 반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 당시의 보통 영국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이 허술한 청춘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해체 또한 갑작스러웠다.

전설의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음악사에 획을 그었다.

이들을 다룬 모큐멘터리(Mockumentary)가 있다. 줄리언 템플이 감독하고 섹스 피스톨즈 멤버들이 출연한 [그레이트 록 앤 롤 스윈들]이다. 이 영화는 섹스 피스톨즈의 모든 것을 매니저가 만들어 냈다고 주장한다. 밴드의 음악적인 부분이나 노력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매니저의 전략적인 소문 만들기와 요절한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의 기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니저 말콤 맥러렌은 영화 속에서 섹스 피스톨즈를 통해 사회 전체에 혼란을 만들고 싶었다고 으스댄다. 그리고 섹스피스톨즈는 자신이 계획한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위대한 로큰롤 사기극(the great rock 'n' roll swindle)”이다.

영화 내내 섹스 피스톨즈 멤버들은 얼간이 내지는 색골로 나온다.

사실 섹스 피스톨즈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기획단계에서 그친 [Who Killed Bambi?]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비틀즈의 영화처럼 밴드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었는데, 너무나 조악한 대본을 보고 제작사 측에서 중단을 선언했다. 더욱이 1978년 벽두에 밴드가 해체되는 바람에 완전히 공중분해 된 프로젝트다. 그러나 매니저인 말콤은 밴드를 통해 무언가를 더 하고 싶었고, 영화 제작을 강행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멤버들의 의견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노래 못 하는 보컬인 존 라이든(쟈니 로튼)이 사실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다른 멤버들의 기행들도 모두 계획적이었다고 한다. 모두 거짓말이다.

영화는 섹스피스톨즈라는 밴드의 기행이 모두 말콤의 계획아래 이루어진 헤프닝이다고 말한다. 당연하게도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멤버들은 격분했다. 일찌감치 밴드를 이탈한 보컬리스트 쟈니 로튼은 섹스피스톨즈의 활동이 사기극이 아니라, 이 영화 자체가 사기극이라고 노발대발했다. 다른 멤버인 스티브 존스와 폴 쿡 또한 말콤과 오랜 친구였지만 이 엄청난 사기극에 치를 떨었다. 말콤은 밴드 해체 이후에도 매니지먼트에 손을 떼지 않았고, 영화는 그 결과물 중 하나다. 말콤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이 신화를 해체하여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결국, 밴드 멤버들과 말콤 사이의 법정공방을 벌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섹스 피스톨즈를 소재로 한 가상의 상품들. 물론 이 그림들은 섹스 피스톨즈 해체 후 발매된 싱글 음반 쟈켓으로도 쓰인다.

왼쪽은 섹스 피스톨즈 마지막 무대에서의 존 라이든(쟈니 로튼). 이때 그가 남긴 말은 “Ever get the feeling you've been cheated?”(속았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 있어?)였다. 오른쪽은 희대의 사기꾼 말콤 맥라렌. 티셔츠에 쓰여 있는 “Cash From Chaos.” 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감독인 줄리언 템플은 “당시에는 섹스 피스톨즈의 신화가 과대 포장이 되어있어서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이 부분에는 멤버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이 엉터리 영화를 위해서 밴드 전체가 이용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스타 시스템을 파괴할 것 같이 보였던 펑크가 오히려 또 다른 스타 시스템 속에서 놀아난 것이다.

이 영화로 시드 비셔스는 펑크 록의 전설이 된다. 사실 그의 활동은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 그는 사실 섹스피스톨즈에서 곡을 쓴 적도 없었다.

영화가 개봉된 후 20년 뒤, 줄리언 템플 감독과 섹스 피스톨즈 멤버들은 [섹스 피스톨의 전설]( The Filth and The Fury)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 이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섹스 피스톨즈가 의도한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것이 과장되고 어떤 것이 축소됐는지, 멤버들의 해설로만 당시를 회상한다. 일종의 역사 바로 세우기인 셈이다. 섹스 피스톨즈는 음악 산업을 뒤집어엎지는 못했지만, 무대 뒤의 추잡한 공방전을 폭로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 말마따나 굉장한 일을 하긴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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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