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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는 정말 없었다 [영구 람보]

by flexwave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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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는 정말 없었다 [영구 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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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는 정말 없었다 [영구 람보]

629 읽음201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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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 익스프레스
영구는 정말 없었다 <영구 람보>

전쟁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물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국군의 지원이 필수였다. 때문에 예전 우리나라 전쟁영화는 권선징악 식의 반공영화가 주를 이루었었다. 오늘은 좀 색다른 전쟁영화를 소개한다.
전쟁영화 <영구 람보>는 <영구와 땡칠이>시리즈의 3편이다. 당시 제작 환경으로서는 엄청나다 할 수 있는 10억원을 투입한 영화였고, 드물게도 해외에서 거의 대부분을 촬영한 영화였으며, 대한민국 특전사가 협력한 몇 안 되는 영화다. 그야말로 자본과 국가, 그리고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심형래가 총동원된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완벽한 제작환경 삼위일체 속에서 괴작 <영구 람보>가 태어났다.
&lt;영구 람보&gt;의 포스터. 포스터의 로보트는 무려, 베트공의 비밀무기!
내용은 이렇다. 어린이들의 친구 영구에게 어느 날 입영 영장이 발부된다. 그러나 영구는 모두가 알다시피 좀 모자라는 아이였기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을 받는다. 멋있는 군인아저씨가 되고 싶은 영구는 커다란 찬합에 떡을 싸 와서 군의관에게 뇌물로 전달한다. 그러자 군의관은 “다들 군대에 안 가고 싶어서 난리인데, 너는 기특하다. 합격!”이라며 입대를 시켜준다.
영장을 받고 신난 영구. 집배원 아저씨가 말한다. “영구는 좋겠다. 군대도 가고.”
훈련소에서 아주 유명한 고문관으로 이름을 날리던 영구는 웬일인지 특수부대로 배치된다. 역시나 아무런 개연성 없이 내친 김에 베트남까지 파병을 가게 되는 영구. 국민바보 영구가 순식간에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휴이 헬기를 타고 M60 기관총을 쏘며 전투를 벌이게 된 것이다. 분명 영구는 몇 분 전까지 평범한 기초 군사훈련 하나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영구의 병적기록부. 엄청나다.
베트공이 만든 비밀병기. 역시 엄청나다.
영구의 임무는 베트공의 비밀병기인 로보트(!)를 만드는 기지를 섬멸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영구가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에 베트콩들이 영구의 부대를 급습하게 된다. 부대원들은 몰살당하고, 영구만이 살아남는다.
영구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베트콩 부대로 쳐들어가서 혼자서 공장을 날려버리고 비밀병기도 파괴한다. 불타는 베트콩 기지를 바라보며 “소대장님, 제가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제 저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겠지요...”라며 독백하는 영구. 영구는 이제야 총을 바닥에 버린다. 그리곤 불타는 기지를 뒤로 한 채 ‘고향의 봄’을 구슬프게 흥얼거리며 언제까지라도 걸어간다. 속절없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대감동!!
전쟁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영구의 표정연기
당시의 어떤 관객도 영구의 전쟁영화에서 이런 무거운 주제를 바라지 않았다. 고무신을 벗어 던져서 적을 골려준다거나, 애매하게 잡혀가서 의도치 않게 승리하는 식의 전개, 그러니까 80년대 소년지 <보물섬>처럼 왁자지껄 떠들다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영구 람보>는 심형래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남기남 감독이 메가폰을 잡지 않았다. 잘 아시다시피 남기남 감독은 최단시간에 두 작품을 촬영해서 세 작품으로 편집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다작했던 감독으로, ‘영구’ 시리즈’와 ‘갈갈이 패밀리’ 시리즈의 대부분을 연출한 한국 어린이 영화사의 대부같은 존재다.

그러나 <영구 람보>의 연출은 김주희 감독이었다. 영구 캐릭터는 1972년 한국방송의 드라마 <여로>에서 장욱제가 연기한 부잣집 바보아들이었다. 김주희 감독은 1986년 <여로>의 극장판 리메이크 영화를 만든 바 있는데, 여기에서의 영구 역할을 했던 것이 심형래였다. 정극 캐릭터였던 ‘영구’와 심형래가 재창조한 개그 캐릭터 ‘영구’ 사이에 김주희 감독의 <여로> 극장판이 있는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심형래의 초기 정극연기를 볼 수 있다).

김주희 감독의 영구와 심형래가 쌓아온 영구가 효과적으로 퓨전하지 못해서였을까. <영구 람보>에서의 영구는 영구도 람보도 아니었다. 어쩌면 <라스트 갓파더>에서의 재앙이 미리 예견된 것일 수도. 당시의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단어들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마지막을 어떤 표정으로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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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
2013.10.14.